개발자나 기획자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업무를 기록하고 추적합니다. 노션, 에버노트, 심지어 그냥 메모장(.txt)까지, 사용하는 툴은 각양각색이지만 많은 분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메모를 남깁니다. 바로 로그(log) 형식으로요. 오늘 있었던 일, 새로 결정된 사항들을 기존 메모 밑에 쭉 이어서 쓰는 거죠.
물론 이상적으로는 모든 정보가 완벽하게 정리되고 구조화된 ‘현행화 문서’가 항상 존재하면 좋겠습니다만 매일 쏟아지는 변경 사항에 대해서 완벽한 문서로 현행화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또한 로그 형식의 메모는 특정 정보를 찾기도,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에 LLM(large language model) 이라는 강력한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고 이걸로 뭔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는 Gemini 를 사용 할 수 있어서, 이걸 활용해 개인 과제의 ‘업무 진행 파악’ 실험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오늘은 그 삽질과 경험담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로그는 쌓여가고, 맥락은 흐려지고
로그 형식 메모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맥락 파악의 어려움입니다. 특정 내용을 찾거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려면, 마치 고대 두루마리를 펼치듯 메모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스크롤하며 읽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죠. ‘아, 그때 그 결정이 어디 있었더라?’ 하면서 한참을 헤매기도 하고요. ‘정리된 문서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늘 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기 일쑤였습니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기록은 하는데 활용은 어려운 상황이랄까요?
무한의 두루마리 저주
(출처: ChatGPT를 통해서 직접 생성)
분명 어딘가에 적어 놓은 것 같은데, 그게 언제였는지,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으면? 네, 맞습니다. 하염없이 스크롤을 내리거나 ⌘+F(Ctrl+F) 신공에 의지해야 하죠. 그러다 보면 시간은 훌쩍 가버리고, ‘내가 지금 뭘 찾고 있었더라?’ 하는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물론 ‘정리된 현행화 문서’가 있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겁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문서를 업데이트하는 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솔직히 말해 글쓰기 자체가 부담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기획 문서를 멋지게 쓰는 기획자분들과 달리, 개발자에게 ‘문서 작업’은 종종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해도 해도 어딘가 어설픈 결과물이 나오기 십상이니까요. (저만 그런가요?
)
결국 정보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메모장, Jira, Wiki, Slack…), 필요할 때 종합적인 내용을 파악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습니다. 이 비효율을 어떻게든 개선하고 싶다는 갈증이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