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눈을 왜그렇게 뜨니? 근데 그런눈이 필요하긴해
데이터 분석가의 역할을 정의할 때, 그리고 분석가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물었을 때, 아마 가장 먼저 나오는 답은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찾아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분석가가 실제로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이 부분에 방점을 두는 이유는, 맥락과 사고력이 필요한 영역이라 쉽게 대체되기 어렵고 그만큼 분석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가장 강하게 느끼는 지점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분석 결과가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되고 지표가 움직이는 경험은 반복 업무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종류의 보람이니까요.
‘의사결정에 쓰이는’ 인사이트란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인사이트를 찾는 것’과 ‘의사결정에 쓰이는 인사이트를 찾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의사결정에 쓰이는’이라는 단서에는 여러 함의가 담겨 있습니다. 액션할 수 있는가, 충분한 임팩트를 기대할 수 있는가, 비용이 감당 가능한가, 지금 필요한 정보인가. 이런 조건들이 빠져 있으면 인사이트는 “그래서 뭐?”, “임팩트가 너무 작아”, “당장 필요하지는 않아”라는 반응과 함께 단순히 재미있는 데이터로 귀결되기 쉽습니다.
사실보다 사실에 대한 판단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분석가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사실에 대한 판단입니다.
“전환율이 95%이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전환율이 충분히 높은 건지, 아니면 낮은 건지, 그 판단이 붙어야 비로소 의사결정이 시작됩니다. 95%라는 숫자가 업계 평균 대비 높은 건지, 지난 분기보다 떨어진 건지, 이 제품의 특성상 더 높아야 하는 건지에 따라 같은 숫자도 “잘하고 있다”가 될 수도 있고 “문제가 있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를 보고 사실을 정리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고, 그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분석가의 본질적인 역할입니다.
해석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인사이트가 된다.‘찾는다’는 행위의 어려움
인사이트를 찾는 과정은 가설에서 시작해 데이터를 하나씩 확인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골라내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가설 수립 자체가 막연합니다. 아무 땅이나 파는 것이 아니라 어디를 파야 할지부터 정해야 하는데, 그 가설을 세우기 위한 사전 데이터와 맥락이 필요합니다.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의 막연함 속에서 출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깊이 파고들수록 임팩트가 작아지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표면적인 데이터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을 찾으려면 더 깊이 들어가야 하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대상이 좁아지고 임팩트도 줄어듭니다.
이런 어려움을 생각하면, 인사이트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달리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사이트를 두 가지로 나눠 보면,
발견 — 몰랐던 사실을 찾아서 제시하는 것
판단 — 기존의 사실을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
저는 이 둘 중 판단에 무게를 둡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데이터 속에서 “이것이 문제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감각과 관점. 이것이 곧 분석가의 중요한 자질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조직에서 신규 입사자에게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묻거나 인터뷰를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기존 구성원에게는 너무나 익숙하여 당연하게 여겨서 보지 못하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편견 없는 순수함의 시선으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게 왜 이렇게 되어 있는 거지? 원래 그랬어? 그러면 이게 맞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감각이 무뎌지는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 그 사실에 대한 이해가 정말 맞는지를 한 번 더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판단이라는 것이 상황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거나 당시에는 문제로 보이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상황이 바뀌면 같은 사실도 다르게 읽힙니다.
1. 비교 기준 찾기
판단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비교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