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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창업 대신, 딜라이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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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일시
2026/03/11 01:06
최종 편집 일시
2026/03/11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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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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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에 들어간 지 12년 만에 학사 학위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네 배나 오래 학교를 다닌 셈이다. 최고령 졸업생이라 그런지 감사하게도 졸업 연설 제안을 받았다. 특별히 잘난 건 없지만 마침 대학에 들어가는 사촌 동생 생각이 나서, 조금 더 살아본 입장에서 해주고 싶은 말을 담았다. 요약하면 이렇다. “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능력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말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두 번의 학생 창업“서른 살에 1,000억 원을 벌고 싶어서요.” 처음 만난 사람이 왜 창업을 하냐고 물어보면 늘 하던 대답이다. “생각해 보세요. 26살에 졸업해서 바로 삼성전자 임원으로 취직하면 연봉이 100억이에요. 적지 않은 돈이지만, 4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부족해요. 그래서 회사만 다녀서는 이룰 수 없는 목표라고 생각했어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고등학생 때 만든 목표인 것 같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유행하기 한참 전이다. 특별히 가난하지도 않았고, 돈 때문에 간절히 하고 싶은 걸 포기한 적도 없다. 그래도 서른 살부터는 아무 걱정 없이 인생을 즐기고 싶었다. 대학교는 정말 자유로운 곳이었다. 전교 석차가 나오지도 않았고, 장학금을 제외하면 굳이 성적을 잘 받아야 하는 이유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학교 공부는 뒷전이 되었고, 그토록 바라던 창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학교 선배들과 과외 중개 서비스 ‘페달링’을 만들었고, 이후 글쓰기 앱 ‘씀’에 합류했다. 씀은 출시 1년 만에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나란히 ‘올해의 앱’으로 선정되고, 사용자 수는 100만 명을 넘겼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투자사로부터 시리즈 A 투자도 유치했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두 가지 이유 놀라움과 기대가 뒤섞인 1년이었다. 하지만 수익화가 문제였다. 사용자는 많이 모았지만, 돈은 좀처럼 벌리지 않았다. 사용자들이 쓴 글을 책으로 만들어 팔아보기도 하고, 출판사와 연계해 책을 팔아보기도 하고, 더 저렴한 단편 소설을 팔아보기도 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결국 마지막 투자금을 받은 지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회사를 정리해야 했다. 몇 년 뒤에 예전에 함께 창업했던 페달링 팀이 피벗한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에 다시 합류했다. 당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들이 눈부시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우리 역시 그 흐름을 타고 수백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연간 매출은 1,000억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넘치는 사용자와 넘치는 자본 속에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일과 회사 생각뿐이었다. 아쉽게도 성장은 영원하지 않았고, 왜 잘 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키워온 회사의 규모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300명이 넘던 팀은 어느새 40명까지 줄어들었다. 당장 내일 줄 급여가 부족해 공동 창업자들이 신용 대출을 받아 회사에 빌려주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는 영업 이익을 흑자로 돌리는 데 성공했고, 그동안의 실패를 교훈 삼아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냈다. 투자자들도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18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두 번의 창업을 거치면서,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 두 가지를 몸으로 배웠다. 첫째, 회사가 왜 잘 되는지 모른다. 사용자가 몰려오고 매출이 오르면 우리가 뭔가를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 제품의 어떤 가치가 사용자를 붙잡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한다. 둘째, 왜 잘 되는지 안다고 해도, 거기서 돈을 버는 건 별개의 문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둘 중 하나도 못 하고, 운 좋게 하나를 해내더라도 꾸준히 성장하려면 둘 다 잘 해야 한다는 함정이 있다. 세 번째 창업을 준비하며 클래스101을 떠난 뒤, 나는 세 번째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몇 년간 우리의 목표는 항상 더 큰 성장, 다음 라운드 투자, 그리고 더 높